지난 12일 대구생활문화제가 열린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은색 머리에 청재킷과 청바지 차림으로 어린이와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시니어가 눈에 띄었다. 그 열정이 궁금해 가까이서 연유를 들어본 바, 남구 이천동 주민 배현식 씨라고 했다.
배현식 씨는 “공직에서 은퇴한 백수라도 가족들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대구생활문화제가 일요일(12일) 열려 시간을 내 딸, 손녀와 함께 축제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배현식 씨는 “지난 학창시절 교복과 교련복, 가방, 선도 완장 등이 나열된 것을 보니, 그 시절이 생각난다”며, “일제감정기에서 해방을 맞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했던 나라, 모두가 어려웠던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고 했다.
그의 얼굴에서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옛 모습을 기념으로 딸, 손녀와 함께 사진을 남겨보는 마음의 여유가 읽혔다. 그의 활동적인 모습에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액티브시니어의 건강한 삶이 보였다.
어린 손녀와 땅따먹기 놀이에 적극 참여하는 할아버지의 노력에 미소 짖는 딸의 모습은 후세대를 위한 산교육이 아닐까. 앞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AI(인공지능)시대를 적응해 나가야 하는 시니어세대가 이처럼 가족과 함께 오늘을 배우고 내일을 준비하다면, 100세 시대 건강한 삶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오늘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산업 역군들이나, 젊은세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꼰대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 딸이 아버지를 모시고 손녀와 함께 축제 현장을 찾아 함께 추억을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다. 딸의 그 마음이 딸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져 효행을 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