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파 끝 피어난 매화, 봄은 멈추지 않는다

범어네거리 홍매화 나무. 사진=박성근
홍매화 움트는 꽃봉오리. 사진=박성근
범어네거리 교통섬 매화 나무. 사진= 박성근

겨울부터 이어진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매화가 대구 범어네거리 일대에서 조심스럽게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입춘에 장독 깨진다’는 옛말처럼 올해 입춘 무렵까지 치솟았던 한파는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강추위였고, 대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간 기온이 영상권으로 회복되면서 범어네거리 두산위브 인근 신호대 주변에서 매화가 서서히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2025년에는 따뜻한 지역을 중심으로 3월 초중순부터 매화 개화가 관찰되며 약 10% 내외의 꽃망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2026년에는 입춘 이후에도 강한 겨울 추위가 이어지면서 꽃망울이 움트는 시기가 지난해보다는 다소 이른 편이나, 평년보다는 늦어진 모습이다. 설 연휴를 지나 우수 절기에 접어들며 기온이 온화해지자 매화가 비교적 빠르게 꽃망울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

매화 개화 시기의 변화는 기후변화와 밀접히 맞닿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봄꽃 개화 시기가 불규칙해지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입춘 이후에도 겨울 한파가 지속되는 이례적인 기후 패턴이 올해 개화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자연의 시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매화는 어김없이 피어났다. 도심의 매연과 겨울의 혹독함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봄을 향해 꽃잎을 여는 매화의 모습은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끈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매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계절의 전령에 그치지 않는다. 극심한 추위를 견딘 끝에야 비로소 피어나는 꽃처럼, 우리 삶 역시 인내와 희망 속에서 제 빛깔을 찾아간다. 자연의 흐름을 세심히 살피고 보호하는 마음이 더 풍요로운 계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듯, 대구 시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매화처럼 희망과 끈기를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범어네거리의 작은 꽃망울 하나가 오늘, 봄이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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