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찾은 향촌동. 사진=정재용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인근 OO빌딩을 이용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은 쓸쓸한 한국 노인의 자화상이다. 그들이 돌아서 지하철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짙은 외로움의 실루엣을 지울 수 없다.

OO빌딩을 찾은 시니어들은 25일 이 빌딩에서 화투, 콜라텍 등으로 소일하고 있었다. OO빌딩 2층으로 올라가면 좌우편에 사무실이 있다. 기자가 000호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둥근 테이블 옆으로 5명 이상의 시니어 화투를 치고 있었다.

이곳에만 13곳이 성업 중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시니어들은 “주변까지 수백 곳에 달할 것”으로 추측한다. 한 집마다 수십 개의 테이블이 있다.

여기서 즐기는 화투의 종류는 ‘고스톱’이다. 입장료는 3000원이다. 온종일 입장이 가능하다. 이른바 ‘점백이'(점당 백원)만 허용한다. ‘점천’은 물론이고 ‘도리짓고 땡’, ‘섯다’, ‘월남뽕’ 등은 금지다.

통로 좌우편에 화투 방이 있다. 사진=정재용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시니어들에 따르면, 돈 잃은 시니어들은 판을 깨면서 112에 불법도박장으로 신고하고 도망간다.

담당 중부서 경찰관들은 거의 매일 이곳을 들락거린다. 경찰관들은 시니어들의 싸움을 말린다. 그들은 화투 방 모임을 해산시킨다. 하지만 경찰관이 돌아가면 이내 모든 화투 방은 다시 시작된다.

김모(55, 수성구 지산동) 씨는 “성인택이나 화툿방에 매일 출근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에서 주니어인 나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서, “바로 시니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외로운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남모(82, 범을동) 씨는 “이곳에는 과거 자신의 모습은 없다. 현재의 돈과 권력도 소용없다”면서 “선술집에서 소주 한 잔 사주는 자가 장땡이고 춤 파트너가 되어주고 선술집에 따라가고 다음 날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지는 파트너가 제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인근은 대구시니어들의 휴식처다. 한때 감영공원을 중앙공원으로 호칭하며 입장료를 징수했다. 지금은 선화당(대구유형문화재 1)과 징청각(대구무유형문화제 2)이 남아 있고, 총 29개의 선정비가 있다.

인근에 OO빌딩과 상가가 있다. 이 곳이 대구 시니어들의 천국이다. 대구시 뿐만 아니라 인근 소도시 시니어들도 자주 찾는다. 청도, 경산, 영천, 칠곡, 군위, 의성에 거주하는 시니어들이다. 공휴일과 주말 입장료 1000원, 평일은 무료다. 보관료는 500원. 입장 후 퇴장할 때까지 원하는 만큼 댄스를 즐길 수 있다. 내부에 식당도 있어 저렴하게 술과 밥을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