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자 씨가 시어머니 식사를 챙기고 있다. 사진=이예진

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에는 양가 부모님 네 분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백기자(65) 씨와 그의 남편 백영수(69) 씨.

부부는 1984년 외동아들과 외동딸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대구에서 시부모님 두 분과 함께 살며, 분가는 생각조차 않고 오로지 가족을 돌보는 일에 전념했다.

결혼 후, 백기자 씨는 시부모님과의 동거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남편 백영수 씨도 부모님을 모시는 것을 당연한 도리라고 여겼다. 그들은 서로의 가족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가족의 중심이 됐다. 그들의 헌신 덕분에 가족 구성원 모두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백영수 씨는 교직생활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가정 내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백기자 씨는 가정의 일상적인 일을 책임지며 시부모님을 정성껏 모셨다. 부부 모두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과 존경이었다.

백기자 씨의 친정아버지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중 재산 손해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결국 치매 진단으로 이어졌다. 상황은 점점 악화됐고, 서울에서의 생활은 친정 부모님께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기자 씨와 남편 백영수 씨는 큰 결정을 내려야 했다.

2018년, 남편 백영수 씨의 권유로 백기자 씨는 친정 부모님을 대구로 모셔오기로 결정했다. 1층에는 시부모님, 2층에는 친정부모님을 모시며 함께 생활했다. 대구로의 이주는 부모님께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단순한 이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부부는 이미 시부모님을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총 네 분의 부모님을 모시게 되는 큰 책임을 떠안게 됐다.

네 분의 부모님을 모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치매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친정아버지의 돌봄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친정어머니는 2018년에 돌아가시고, 시아버지는 2020년 10월에 향년 98세로 세상을 떠났다. 백기자 씨는 부모님을 모시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의 사랑과 유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님을 돌보는 일은 단순한 의무를 넘어선 사랑의 실천이었다. 백기자 씨와 백영수 씨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서로의 힘이 되어 주며, 모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다.

현재 부부는 1층에 시어머니, 2층에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두 분 모두 97세로, 고령이지만, 부부는 가능한 한 두 분 모두 편안한 삶을 유지하시도록 노력하고 있다. 친정아버지는 주간보호센터를 주 4회 이용한다. 이 시간을 통해 필요한 돌봄과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주간보호센터 방문은 친정아버지의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어머니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올 2월부터는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은 부부에게 큰 부담이 되지만, 부부는 헌신적인 마음으로 매일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부부는 시어머니의 위생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와 케어를 제공하며, 시어머니가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식사준비도 부부에게 큰 책임이다. 두 분 모두 혼자 식사를 하기가 어려워, 부부는 매일 세심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때에 맞춰 드리면서 영양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일상적인 돌봄 과정은 부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부모님을 위한 헌신과 사랑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

백기자 씨는 “두 분 모두 식사도 혼자 못 드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별히 잘 해드리지는 못해도 집에서 자식과 함께 지내시다가 편안히 천국 보내드리려는 마음”이라고 했다.

밤이면 두 분 모두 잠을 못 이루고, 안 보이면 계속 불러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부부에게는 이러한 일상이 오래됐다.

백기자 씨는 “너무 힘든 일이라 낮 시간 남편과 교대하며 시간이 될 때마다 맨발걷기를 하며 자연과 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남편 백영수 씨는 “교편생활에서 정년퇴직하고 보니 약해져 가는 두 분을 지켜보며 건강하게 자식과 함께 계시다가 가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백기자 씨와 맨발걷기로 친구가 된 최모(66) 씨는 “요즘 이런 효자 효부를 어디서 찾겠느냐”며, “각박한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부부”라고 칭송했다.